[파주에서] 창간 4주년 특집 3 - 평화마을만들기 발표회 "평화가 왔다. 청년이 온다. 마을이다."
수정 : 2018-11-28 12:06:39
[파주에서] 창간 4주년 특집 3
평화마을만들기 발표회 "평화가 왔다. 청년이 온다. 마을이다."
지난 10월 26일 금요일. ‘색다른 평화’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고양시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열렸다. 발표회 제목은 이랬다. “평화가 왔다. 청년이 온다. 마을이다”. ‘평화’와 ‘청년’ 그리고 ‘마을’이라는 세 가지 열쇳말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청년’을 기둥으로 한 ‘자원자립마을’
내일을 이어갈 청년들을 ‘88만원세대’라고 했다.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일을 한다고 해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88’이라는 숫자는 어느새 ‘77’이라는 숫자로까지 내려와 버린 상태이다.
‘평화마을 만드는 사람들’이 꿈꾸는 마을은 이런 청년들을 숫자에 가두지 않고 스스로 상상하고, 스스로 자기 앞가림할 청년들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이 중심이 된 ‘삶터’말이다. ‘삶터’는 먹고 자고 입고 일하고 노는 터전을 뜻하는데, 방 한 칸 없는 청년들이 어디서 무얼 가지고 이런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까?
‘평화마을’은 그 해답을 땅에서 찾으려 한다.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만들고, 거둔 농산물을 팔아 자기 삶을 누리는 것이다.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자원자립마을’
‘평화마을 만드는 사람들’이 꿈꾸는 공동체 마을은 버려지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도시화된 현재 우리의 삶은 자원을 과잉소비하고 있다. 이런 삶의 형태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는 느리고 더디게 소비하는 삶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평화마을은 이런 실천을 하고 그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버려지는 쓰레기로 집을 짓고, 음식물 찌꺼기로 흙을 만들고, 그 흙에서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자원의 순환을 통해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고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지속될 마을, 그 마을의 중심이 청년이길 바라는 공동체 마을이다.
‘모두’를 위한 ‘평화자립마을’
지난 봄,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그 광경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5천년을 하나로 살고 70년을 둘로 헤어져 살았던’ 이 땅의 비극이 이제 그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을 것이다. 철조망을 거두고 공존을 꿈꾸는 평화공동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평화마을이 꿈꾸는 평화자립마을이다.
아직도 ‘휴전’이라는 말이 버젓이 있는 이 땅. 이 땅의 평화가 곧 세상의 평화를 여는 씨앗이 되길 바라며 그 꿈을 키우려 한다.
그렇다면 대체 ‘평화마을을 만드는 사람들’에는 누가 참여하고 있을까? 오랜 시간 공들여 평화운동을 해온 윤구병 농부철학자, 정진화 청소년문화연대 킥킥 대표, 조병범 ㈜도서출판 보리 이사, 조호상 주양J&Y 대표이사, 박명송 주양J&Y 대표.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 이승희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 관장이 그들이다.
정진화 대표는 올해 가을부터 함께 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난 해 말부터 모임을 함께 하며 평화마을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평화마을’의 주민이 되는 방법은?
자원자립과 평화자립을 꿈꾸는 평화마을 ‘쓰자리(가칭-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마을)의 첫 번째 근거지는 파주이다. 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마을을 만들고 거기서 공동체로 살아갈 터전을 만드는 일이라 녹록치 않지만 이들은 터전 마련 기금을 모으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평화마을 마을기금 모으기이다. ‘쓰자리’ 종잣돈 마련법이라고 일컫는데, 1사람이 1구좌 1만원 이상을 5년 동안 내는 것이다. 만일 최소 기금으로 달마다 1만원씩 종잣돈을 냈다면 5년 동안 60만원이 되는 것이다. 이 기금은 반드시 달마다 꼬박꼬박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평화마을 주민의 평화약속
터전 마련 기금으로 종잣돈을 낸 마을 주민들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첫째, 1구좌 이상의 마을기금 종잣돈을 낸 기금조성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 2인 이상을 기금 마련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기금마련에 동참했다면 그 사람이 ‘평화마을’과 ‘영세중립통일연방 코리아’에 깊은 관심을 쏟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1구좌당 ‘평화 작은책’ 두 권을 구입하여 동참자에게 읽히는 것이다. 그리고 소모임이 생길 경우 그 모임을 이끄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둘째, 1구좌 이상의 마을기금 종잣돈을 낸 기금조성자는 몇 가지 챙겨갈 권리가 생긴다. 평화마을의 주민이 될 권리가 있고, 평화마을에 학교가 생길 때 자녀들을 우선적으로 입학시킬 권리가 있으며, 평화마을 부지에 투자한 기금에 맞추어 산정된 토지의 경작 및 이용권(이를테면 평당 10만원일 때 1구좌 6평)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평화마을에서 생산된 청정유기 농산물을 먼저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외에도 평화마을 기금조성자가 스스로 맡아서 할 일이 있는데, 자기 주변의 청소년들을 ‘평화놀이’에 동참하도록 적극 권유하는 것과 다달이 나올 평화소식지에 글을 쓰거나 글쓰기를 권유하는 일이다.
평화마을에서 펼쳐질 일들
평화마을은 농사를 주된 일로 여기는 공동체를 꿈꾼다. 밥상 위에 차려진 먹거리를 스스로 일궈낸 곡식으로 마련하자는 것인데, 이는 식량자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자는 외침이기도 하다. 또한 더 나아가 입는 옷, 사는 집도 손수 짓는 것을 꿈꾼다. 돈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는 세상에서 몸을 놀려 사는 삶, 마음을 놀려 사는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이외에도 버려진 쓰레기를 소재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문화예술 게릴라 활동을 기획하고 있고, 음식물 쓰레기나 커피 찌꺼기를 가지고 토양을 만들어 버섯 등을 재배하는 활동, 동에등애를 키워 닭 모이로 하고, 그 닭이 낳은 알을 판매하는 일 등을 꿈꾸고 있다.
10월 26일에 있었던 ‘평화마을발표회’는 이런 계획들을 토대로 모임을 이끄는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관심 있는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며 ‘색다른 평화공동체’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가 되었는데, 특히 ㈜ 쌈지농부 천호균 대표가 최근 내놓은 신발 ‘평화(平靴)’가 선보였는데, 고양시 청년단체인 ‘사람책 도서관 리드미’ 회원들이 이 신발을 신고 작은 패션쇼를 하기도 했다.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만드는 마을
먹을 걸 키우지 않는 땅, 청년을 키우지 않는 일터, 평화를 키우지 않는 한반도… 이렇게 메마른 세상이 되는 걸 제대로 되돌리고 싶은 곳이 평화마을이다.
쓰고 남은 버릴 것에서 다시 쓸 것으로, 거기에 덧붙여 더 아름답게 쓸 것으로, 세상의 물건들이 순환하도록 만들고 싶은 곳이 평화마을이다.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는 세상. 아무것도 버림받지 않는 삶터에서 청년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를 일구고 자연의 순환을 고스란히 따르며 자원의 순환으로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곳, 그곳이 평화마을이다.
‘평화마을 만드는 사람들’ 살림꾼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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